어쩌면...
어느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앞에 어떤 사람이 앉았다.
"저기 날아가는 비행기가 KAL이었나요?"
"아, 눈이 나빠서 잘 못 봤습니다."
그는 내가 대답하자 마자 조용히 탁자에 있는 내 지갑과 핸드폰을 챙기기 시작했다.
"왜 제걸 가져가세요?"
"아뇨. ... 전 가만히 있었는데요?"
...
아마도 나는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행위를 보며 불같이 화내지 않는 것은, 바보이기 때문이 아니다.
많은 친구들이 가끔은 나를 보며 혀를 찬다. 그렇지만 나는 상대방의 의도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나를 이용하려 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마음이 생기리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 착한척 하거나 착해 보이는 대부분의 사람의 입장이 그렇다고 난 생각한다.
내 어린시절, 가장 충격적인 깨닳음은 정말로 열심히 만들어 내고 메소드 연기까지 완벽하다고 생각한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사기가 잘 통하는 상대는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심혈을 기울인 완벽하게 논리적인 거짓말은 평범하고 멍때리는 사람을 속일 수 없었다. 그들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었으니까.
물론, 많은 사람들은 나의 예가 '어린시절'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감정을 믿는 사람을 속이기 어렵다는 말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전두엽이 최근에 발달한 부분이라면, 간뇌는 파충류때 부터 발달해 온 기관이다. 이성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우리의 동물적인 감각은 항상 위험신호를 보내 온다.
어쨌건, 그런 짓들(거짓말, 도둑질, 사기, 등)을 그만두고 순진한 양이 되었거나 탈을 쓴 이유는 사람의 말 보다는 사람의 감각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는 것을 느껴서이고, 상대방을 짧게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 이다... 라고 하기는 어렸고,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한다.
25년 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는 것이 이것이다. 안타깝게도 난 그리 순수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도를 지나치게 선의로 곡해하지 않는다. 미안하게도, 나를 잘 아는 믿을 만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웃기도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대다수의 양의 탈을 쓴 사람들 역시 상대방의 의도를 모르거나 곡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 보면서도 웃어 넘기는 것일테다.
아... 물론 회사에서 계급으로 누르는 경우는 웃어 넘기고 싶지 않은데 참는 것이고.
로맨틱하지 못하게시리... 대단한 사기꾼도 대부분 대상을 이성적이고, 자신의 논리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할 뿐이고, 우리들의 소소한 즐거움을 책임져야 할 작은 거짓말은 대부분 진심으로 넘어오지 않은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마음이 어린 사람들 만이 상대를 속이려 하고, 상대에게 속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음...
내일이면, 수 많은 거짓말 아티스트들이 나를 속이려 할 지도... 오해가 있었다면, 다시. 속이는 것을 모두 순식간에 정확히 파악하고 속아준다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마음을 속이며 함께 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고 하자. 그리고 단정적인 표현들은 내 의견의 일부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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