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료수는 단연 실론티다.
뭔가 음료수를 사먹고 싶을 때, 난 실론티가 있느냐 없느냐에 기분이 좌지우지 되곤 한다.
다행히 편의점에는 대부분 950원 정도의 비싼 가격으로 팔고 있지만 말이다.
이 실론티도 최고의 맛을 내는 시간과 장소가 있는데,
단연, 열심히 걸어걸어 도서관에 가서 열심히 2주일 간 읽을 책을 고르고 나와서,
자판기에 있는 시원한 실론티를 사서 마시는 것이 최고다.
평소에도 충분히 맛있지만,
이 때는 실론티의 풍부한 맛과 달콤함의 세부 사항들을 입 안에서 완전하게 느끼며 마실 수가 있다.
마치 "수고했어."하는 듯한 치하의 맛이랄까...
그런 나이지만, 온 몸에 땀을 흠뻑 흘릴 정도의 운동을 하고 난 뒤는 틀리다.
이온음료?
아니, 극도로 몸을 굴리고 나서 가장 당기는 음료는 단연 콜라다.
한 두 시간 적당히 운동을 했을 때는 포카리 스웨트가 끌리지만,
서너시간 이상의 극렬한 운동 뒤에는 매우 달고, 목을 비틀어주는 탄산이 몸과 마음을 평화롭게 해 주는 음료수 이다.
과학적인 견해로는 과도한 에너지 소비로 인해 몸이 단당류(빠르게 에너지 전환이 되는)를 원하는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왜 콜라여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담배가 가장 맛있을 때는?
2일 ~ 1주일 정도의 금연 후에 오전 11시나 오후 3시 ~ 4시 경에 실내에 앉아서 태우는 첫 담배.
보통 향이 있는 담배는 싫어하지만, 이 때만은 약간의 향이 있는 KENT double super light나, Davidoff rich blue 정도의 담배가 어울린다.
모든 담배에는 독특한 향이 있지만,
내가 "무향 계열"이라고 부르는 담배들이 있다.
88이나 This, simple, Mild seven, marlboro 등등이 그런데,
이 중에서도, 88이나 This는 좋아하고, Mild seven은 싫어하며, simple, marlboro는 그저 그렇다.
88은 고소한 맛이,
This는 깔끔한 맛,
Mild seven은 수 개 이상 피우면 느끼한 맛이 싫고,
simple은 별 의미없는 (정말 단순한) 맛,
marlboro light는 Mild seven과 비슷한 느끼한 맛이지만, 비교적 덜 느끼한 정도 이다.
다른 향을 섞은 담배에는,
이미 말한 둘을 빼고, 솔, 도라지, 던힐, 필립 모리스, 수 많은 멘톨들이 있겠지만,
왠만해서는 섞은 냄새가 기분 좋지가 않다.
그나마 향이 덜한 던힐은 없으면 피우는 정도가 된다.
아, 왠지 담배 맛이 다 똑같지 않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담배 맛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쌈밥은 점심식사 시간에 1시간을 꼬박 들여 천천히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있고,
등심은 역시! 저녁에 비싼 고기를 정육점에서 사 와서 후라이팬에 센 불로 한쪽만 살짝 익히고 뒤집은 후 바로 먹는 것이 최고였던 것 같다.
계란은 쌓아 올려서 위쪽이 덜 익은 듯한 스크럼블 에그를 저녁 9시 경에,
회는 동해 포구에서 두껍게 썰은 광어/우럭을 밤에 소주와 함께 하는 것이 최고다. 물론, 초장은 멀리 치우고 간장과 와사비를 살짝만 찍어 먹는다.
이런...
미각에 집중을 하면, 인간성을 잃어 버리는 듯 하다.
함께 먹어서 맛있는 것은?
음... 아무래도 맛에 집중하지 않고, 분위기로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은,
왠지 삼겹살이다.
삼겹살은 야외의 부산한 가족이나 친구들의 움직임 속에서 최고의 맛을 내고 있다.
슬픔에 어울리는 편육은 아마도 장례식에 주로 있어서 인 듯 하고,
아! 샤브샤브는 조금 분주해도 함께 먹을 때 맛있는 음식이다.
어렸을 때, 친구네 집에서 "간식"이란 것을 처음 접해보고(군것질이 아닌),
점차 자주 먹게되는 삶을 살다가,
이제는 다시 간식이 군것질이 되고, 적은 횟수로 먹는 시대가 되는 것 같다.
사실 끼니 찾아 먹는것이 귀찮아 지기도 하고,
어떻게 먹는 것이 나을까를 다시금 생각하다 보니,
내가 맛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돌아 본 것 같다.
결론은, 생각보다 기억하는 맛있는 맛들이 많다는 점.
건강과 visual도 좋지만,
먹는 것이 예전의 행복과 의미를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겠다.
잘 모르겠으면, 우선 맛있게 먹고 보자.
인간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맛을 구분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