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1일 월요일

아버님께3

아버지, 요즘 어떠세요?
혹시 근심되는 일 있으세요?
어머니는 내가 결혼을 안 한다고 걱정하고, 일은 계속 잘 다니고 있냐고 의심하고, 차를 샀다고 사고날까 두려워 하시는데, 아버지는 어떠세요?

아버지는 조용히 미소만 짓고 계신다.
그야 그럴것도 같다. 자연으로 돌아가신 분이 걱정하고 의심하고 두려워 할 것이 뭐가 있을까? 그저 이렇게 크게 즐거워 하지도 않고, 괴로워 하지도 않으며, 다만 조용히 미소지을 일들일 것이다. 물론 나 자신은 수 없이 생각을 생각으로 덮어서 사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아버지는 이렇게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을 보라고, 어차피 생각들은 금새 사라져갈 거라고 한다.

그 날에는 별로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몇일 지나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보니, 아버지가 하셨던 말들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곁에 계실 때도 꽤나 단순하게 삶을 즐기셨다.
"돈? 그런게 뭐가 중요해? 웃으며 사는게 중요하지."
뭐, 꼭 이렇게 말씀하신 적은 없었던 듯 하지만, 요약하자면 그랬다. 물론 여느 자식들처럼 난,
"그건 비겁한 변명일 뿐입니다."
와 같은 대사를 기계처럼 되뇌일 뿐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별 의미없는 다른 대사들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마치 지금의 조용한 미소처럼, 당시에도 항상 같은 말을 하셨다.
난 돈보다 사람이, 즐거움이 소중하다는 말을 반복하시는 이유가 아버지가 다른 것(돈이 많거나 명예가 있는 등의)을 모르셔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설마 나나 주변 사람들이 그 단순한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다시 말하시는 걸 알긴 힘들었다.

물론 당시엔 아버지도 어머니와의 전쟁과 상처와 주변 사람들로 지금처럼 조용히 미소 짓지는 못하셨다. 그래도 어김없이 "돈 따위는 전혀..." 하고 다시 고단하게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택시 일을 매일마다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 가셨다. 그렇지 않았다면 며칠 전 아버지를 찾아 갔을 때 처럼 조용하고 깊은 미소를, 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나도 조금씩 알아 간다.
왜 돈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지, 사람과 즐거움과 웃음이 얼마나 더 나은지.
그리고 믿을 수 있다.
나 역시 언젠가 걱정, 의심, 두려움 없이 조용히 미소짓게 될 것이라는 걸.

저는 기일이 가까워 오면 아버지와 둘이서 보내는 조용한 시간이 좋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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