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부터 변화를 안 좋아했을까?
본래 systemholic이긴 하지만, 이 '본래'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시스템화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귀찮은 것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도피처로서이다.
싫어하는 것들, 특히 반복적인 것들을 누가 좀 대신 해 주었으면 하는 것 뿐이었는데, 그것이 자라고 자라서 systemholic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것을 낳은 창조주로서는 자라나는 것을 보면 뿌듯해 지기는 하지만, 뭔가 주객전도이다.
항상 새로운 것만을 찾아 헤메이기 때문에 똑같은 짓을 대신해줄 것이 필요했던 것 뿐인데, 어느샌가 나 자신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는 모든 것들을 system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아, 여기까지는 별로 문제가 아닌데, 집을 매우 독창적으로 자신의 마음에 꼭 들게 만들고 나면, 그 벽 안에 갇혀서 돌아다니기 싫어지는 것이 문제이다.
역마살과는 거리가 먼 건가?
그래, 생각이 난다. 집을 지으려고 하면 구름이 끼고 폭풍이 치고 해 놓은 것 다 날려먹던 적도의 삶이. 물론 그 소설도 다 쓰지 못했지만.
어쨌건, 다시 변해야 할 시간이다.
다시 귀찮아야 할 시간이고,
또 굳건히 지어진 집을 스스로 허물어야 할 시간이다.
(위의 스토리에서 집을 짓는 것도 나이고, 날려먹는 폭풍도 나였던 설정이었던 듯 하다.)
다시 되돌아 가지 말자.
물론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크게든 작게든 반복되면서 굴러가지만, 폭풍의 나선처럼, 밖으로 밖으로 힘차게 내뿜어야 하지 않겠는가?
1.6배만 더 힘을 내자.
황금비율로 나아가는게 가장 안정적인 이유가 있다(물론 수학적으로나 그런지 몰라도).
이러다가 귀찮으면 목표를 1.6배로 잡는 말도 안되는 system이 또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아, 벌써 머릿속을 점령해 가고 있나?
어쨌건 1.6배 정도의 변화를 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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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적도에서 항상 변신을 거듭했다면, 지금은 변화를 하고 싶다.
근거는 "vi가 완벽한 에디터다"의 수학적 증명(or joke)과 비슷하지만,
중요한 것은 변신이 아니라 변화를 택한 나의 현실주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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